Seoul Yongsan
원효로 현대자동차 수리센터 아카이빙 프로젝트

2022 제로원 랩 리서치 프로젝트
2022 제로원데이 전시 프로젝트 @ SFACTORY, Seoungsu-dong, Seoul

도시 / 오브젝트
기획 & 연구: 김기준
기록 및 편집: 아뜰리에 김기준
전시설치: 아뜰리에 김기준
사진 및 영상촬영: 이남선, 김기준, 김상민
2022

1969년 서울 원효로 4가에 문을 연 현대자동차 서울사업소(서비스센터 1호)는 단순한 자동차 정비소를 넘어, 시대의 흐름 속에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해왔다. 기능적 공간에서 출발한 이곳은 50여 년 동안 산업의 변화와 도시의 성장, 그리고 새로운 사용방식을 수용하며 서울 도심 속 하나의 구조적 유산으로 자리 잡았다. 2024년 철거된 이 장소는 이제 물리적 존재로서가 아니라, 기억과 기록을 통해 또 다른 형태로 지속된다.
본 아카이브 프로젝트는 단순한 건축적 분석을 넘어, 원효로 수리센터가 담아온 시간성과 그 공간적 의미를 탐구하려 했다. 우리는 정비소의 기능적 가치뿐만 아니라, 그 내부에서 이루어진 노동, 휴식, 그리고 도시적 이벤트들이 남긴 흔적을 조망하며, 이 장소가 서울이라는 도시의 맥락 속에서 어떻게 변화하고 해체되었는지를 기록했다.

도시 속 ‘시간’의 층위

원효로 수리센터는 본래 자동차 정비를 위한 장소였다. 1969년 현대건설의 중기공장 부지에서 시작된 이곳은 초기에는 하루 20~30대의 차량을 수리하는 소규모 작업장이었으나, 점차 확장되며 서울의 대표적인 자동차 정비 시설로 자리 잡는다.
수리센터로서 기능이 다한 후에도 이 곳은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제로원데이(ZER01NE DAY)가 개최되면서, 원효로 수리센터는 또 다른 성격을 띠기 시작했다. 자동차가 아닌 예술과 기술, 실험과 창작이 이루어지는 ‘도시적 이벤트 장소’로 변모한 것이다. 한시적이지만 이는 마치 독일 루르 지역의 Ruhr Museum이 산업 유산을 보존하면서도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방식을 떠올리게 한다. 원효로 수리센터는 단순한 정비소에서 도시적 기억이 축적된 ‘서울의 가장 새로운 유적’으로 인식될 수 있는 기회를 맞았다.

노출과 가림의 이중성

- 외부에 드러난 구축 방식
정비 1동의 옥상에는 철근콘크리트 구조물 위에 콘크리트 블록으로 쌓아올린 정비소가 자리한다.모든 구성 요소는 외부로 노출되어 있으며, 블록을 쌓아올린 벽 위에 보가 얹히고, 철골이 연장되어 지붕을 이루는 샌드위치 패널을 지탱한다. 필요가 그대로 드러나는 구축 방식은 이 공간이 ‘기술의 장소’였음을 강하게 각인시킨다.

- 내부에서 이루어진 가림의 방식
그러나 같은 건물 안에서도 정비소 공간과 직원들의 휴게 공간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구축되어 있다. 1층에서는 철골조와 데크플레이트가 그대로 노출되어 있지만, 2층의 휴게소에서는 석고보드와 대리석 패턴의 타일이 원래의 구조를 감춘다. 이러한 대비는 이 공간이 산업 시설과 더불어 노동과 휴식, 드러냄과 감춤이 공존하는 복합적 장소였음을 보여준다.

- 견고함과 임시성의 병치
12동과 13동의 철골 구조는 원효로 수리센터의 건축적 성격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13동은 콘크리트 기둥과 철제 트러스가 이루는 견고한 형상을 갖춘 반면, 12동은 기능에 따라 철골을 급히 이어 붙인 듯한 모습이다. 견고함과 즉흥성이 함께 자리한 이곳은 단순한 산업 시설이 아닌,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도시적 실체였다.

물리적 소멸, 질문의 시작

원효로 수리센터는 서울 시내의 단순한 정비소가 아닌 지난 반세기 남짓의 산업, 노동, 모빌리티, 창의 그리고 즐거움의 시간들이 축적된 장소였다. 많은 경우 서울은 낡은 것을 숨기거나 대체하는 방식으로 변화를 받아들이지만, 원효로는 오히려 시간의 흔적을 그대로 품고 있는 공간이었으며 이는 역설적으로 서울이라는 도시가 지닌 층위를 더욱 풍부하게 만드는데 기여했다.
2024년 철거와 함께 수리센터의 물리적 존재는 사라졌지만, 그것이 만들어낸 의미는 도시적 유산으로 기억될 필요가 있다.

영상작업